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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201303 무의도



조금 전 유튜브를 보다 보니 모방송에서 안희정 씨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하더군요.

안희정씨가 올바른 생각을 했다면 김지은씨한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내게 무조건 당신말이 옳습니다라고 말을 해도 너는 내게 이것은 틀렸습니다라고 말을 하도록 시켰어야 한다구요.

안희정씨는 조선시대와 같은 권위주의적 사고를 지녔기에 스스로 왕와 같은 존재라 생각해서 너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말고 그림자처럼 행하라고 말했다구요.


그러나 제가 아는 바는 조금 다릅니다.

조직의 장에게 틀린 이야기를 지적할 수 있는 직급은 비서가 아닌 참모진입니다.(참모진은 청와대로 말하면 각 수석급들과 비서실장이며, 일반 기업체로 말하면 이사급~부사장 정도의 직급이 이에 해당되겠죠.)

비서의 업무는 전화를 받고 상사의 스케쥴 관리나 동선 확인 등 그야 말로 비서입니다. 이건 도지사와 같은 큰 조직은 말할 필요도 없고, 100-200명 혹은 그보다 더 작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조직에서든지 일개 비서가 자신이 모시는 그 조직의 장한테 직접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 현직 비서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잘 알수 있겠지요.

만약 삼성전자 사장 비서실의 전화받던 여직원이 삼성전자 사장이 외국의 큰 기업과 계약을 하려 하는데 이러쿵저러쿵 계약하면 안된다는 둥의 말을 하겠습니까? 말도 안되는 이야깁니다. 조직에서는 각자 맡은 업무가 따로 있고 그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맞겠지요.

따라서 도지사(또는 조직의 장)가 그런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비서는 당연히 그렇게 행동해야 되는 것이고, 대부분 그렇게 행하지 않는 비서가 있다면 조직의 장은 굳이 직급 차이도 많이 나는 그 비서한테 이러쿵저러쿵 가르쳐 주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가르치더라도 그건 비서실의 책임자인 비서실장이 해야할 일이죠.

실제로는 도지사는 그냥 조용히 비서실장을 불러서 저 사람은 이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같다라고만 하면 비서실장이 알아서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고 끝내겠지요. 그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오히려 꺼꾸로 김지은씨의 그 증언에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하! 그동안 김지은씨가 일반적인 비서들과 다르게 안희정씨의 지시에 이러쿵저러쿵 이의를 많이 제기했었구나라고요. 비서 본연의 모습을 지닌 사람에게 굳이 안희정씨가 그런 말을 수차례나 할 필요는 없었을거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제 이야기가 김지은씨가 무슨 지시든지 무조건 따르라는 말을 하는것이 아닙니다. 다만 김지은씨가 다른 의견이 있다면 아무리 지근거리에 있다 하더라도 그건 곧바로 도지사에게 이의를 제기할 문제가 아닌 비서실장이나 또는 직속 상관에게 말하고 그들을 통해서 말을 전하도록 하는것이 조직이자 체계이고 절차인 것입니다.

또한 그 지시라는 것도 공적인 지시를 말하는 것일뿐, 아무리 도지사가 아니라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사적인 개인의 인격이나 심지어 성적인 자유까지 침해할 권리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청와대는 특수하게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제외한 청와대 전체 조직의 장이지만, 대부분 일반 기업체를 비롯한 조직에서는 비서실장도 ceo를 제외한 나머지 조직의 장이 아닙니다. 참모진도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물며 비서실장도 아닌 일개 비서실 직원이 곧바로 CEO한테 이의를 제기하거나 직보를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일겁니다. 오히려 김지은씨에게 상사로써 김지은씨가 원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내용을 안희정씨에게 전달되도록 위에 보고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은 업무상 자신의 업무를 다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성적인 부분까지 침해당하고 있다고 여기면서도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김지은씨도 납득이 안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그저 쉬쉬하고 네가 참아라하고 넘어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분명히 책임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중에는 군대에서 공군참모총장 당직병을 하고 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에 군 경력을 인정 받아서 모 그룹의 비서실에서 근무한 녀석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삼성과 같은 그룹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30대 재벌기업안에는 들어가는 정도의 그룹 비서실에 근무했었습니다. 제가 김지은씨 나이 즈음에 저는 업무상 신라호텔에 갔다가 우연히 로비에서 그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여긴 왠일이냐고 묻자 그친구가 답하길 이따가 몇시간 뒤에 회장님이 여길 오셔서 몇시간 전에 자기들이 미리 나와서 동선 파악도 하고 이것저것 체크해 보는 일을 하러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바로 비서의 업무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그 친구에게 당시의 자신의 회장님은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회장님이나 그 사모님이 성적인 요구를 하면 가만히 있었을까요? 아마 저같았으면 그 회장님 사모님이 밤에 호텔방으로 저를 부르는 일을 시켰다면 그조차도 상사에게 말해서 다르게 조치될수 있도록 처리했을 것입니다. 그건 밤늦게 그 방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조직내에서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이기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조차 안되었다면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더라도 제가 다른 길을 모색해야 했겠지요.아마 여러분들도 그러시지 않았겠습니까? 아무리 절대권력이라 해도 직장 상사가 무조건 죽으라고 한다고 죽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더구나 김지은씨는 안희정씨에 대해서 절대적 권력이라 표현했지만 그런 절대적 권력을 가진 도지사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수시로 직접 개진해서 안희정씨로부터 그림자처럼 살라는 이야기까지 수차례나 들을 정도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김지은씨가 다른 이야기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절대적 권력이라서 아무런 이야기도 못하고 원치 않는 성관계를 4번이나 가졌다라는건 저는 사실 무언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참모진들도 아마 누구나 상사에게 무언가 지적을 하려면 눈치를 봐가면서 할것입니다. 때문에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보면 아무리 높은 사회적 위치를 가진 사람이라도 제일 눈치 안보고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의 아내(또는 연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참모진도 아니고 일개 비서에 불과한 그녀에게 도지사가 직접 그림자처럼 살라는 말을 여러번 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녀가 안희정 전 지사와 특수관계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녀의 말대로 절대권력이라 무서워서 무슨 말을 하기 힘는 모습이었다면 그런 그녀에게 수차례나 그림자처럼 살라는 말을 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김지은씨를 보면서 안희정씨는 더더욱 상대도 자신을 연인으로 여긴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도 여기는 회사니까 비서로써의 모습을 보이라는 이야기였을 것이며, 그러면서도 타부서로 보내지 않고 가까이 두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거라고 저는 짐작됩니다.


안희정씨의 그런 행동은 증언의 다른 부분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네게 힘든 이야기를 쓸데없이 많이 했구나 다 잊어버려라 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도 전 그렇게 생각되었습니다.

남자들은 대개 아무에게나 쉽게 힘든 이야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가정에 와서도 그런 이야기는 잘 하지 않으며, 아랫사람이라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약하게 보이기 싫어서 그런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일개 비서한테 자신이 힘들다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토로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 부분에서도 김지은 씨가 그걸 어찌 받아들였는지는 확실히는 알수 없지만, 제가 느끼기엔 안희정씨는 김지은씨를 대하면서 비서로 대하지 않고 기대고 연인으로 대했었구나 싶은 느낌입니다.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이 연인으로 느끼는 사람을 비서실에 놔두고 지근거리에서 수시로 접하려 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안희정씨가 절대 대통령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안희정씨는 연인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생각되는데 물론 안희정씨가 부도덕한 사람인건 분명하지만 마치 죽일놈이 된듯이 일방적인 과도한 비난이 가는 것도 결코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어찌 생각해 보면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을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부부사이에서도 사랑하는 감정조차도 상대는 모를수 있으니 수시로 표현을 하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아무도 자신에게 아무런 말 한마디 안하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며 성폭행범이라 몰아세우니 말입니다. 더구나 한국 사회는 보수적이라 여자들은 그러한 상황에서 좋아도 좋다는 표현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저나 결혼한 친구들을 둘러봐도 아직 한국사회에서 연애 혹은 결혼 후 첫날밤 성관계를 가질때 아이~좋아라~하는 여자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라도 처음엔 무언가 조바심도 내고 불안해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다수의 여성일 것입니다. 안희정씨에게 아무도 그러한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행여 안희정씨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차라리 그보다는 적어도 상대가 성폭행을 하려 하는건지 연인으로 대하려 하는건지 구분하는게 훨씬 쉽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자신의 힘든 감정이나 고민을 자신이 함부로 해도 된다고 믿는 사람에게 털어놓을까요? 제가 아는 바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자신이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 털어 놓는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이겠죠.

사회적 위치나 나이차에서도 알수 있듯이 사실 김지은씨에게는 안희정씨의 힘든 고민이나 상황은 쉽게 와닿고 이해하고 경험 할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런 김지은씨에게 자신의 힘든 감정을 털어놓은 후에 털어 놓은걸 후회하고 다 잊으라고 말하는 상황을 저는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저도 아주 오래전에 언젠가 젊은 날에 당시 만나던 연인에게 나의 힘든걸 털어 놓고선, 후회하고 잊어버리라고 말해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언론에서 크게 다뤄진 부분은 아닙니다만 며칠전엔 전 노무현 대통령님의 사위 되는 분이 페이스북에 안희정씨에 대해서 기회주의자라는 식의 말을 하신 걸 본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고 혹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들은 방송에서처럼 만약 안희정씨가 김지은씨에게 자신에게 소신껏 대하라고 말했다면 전 오히려 안희정씨를 비서실 직원과 참모의 역할도 구분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 것입니다.

안희정씨가 김지은씨에게 말한 내용은 누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비서실 직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고, 도지사나 되는 직급에 있는 사람이 일개 비서한테 그런 말을 수차례나 해야 되는 상황이 온다는 자체만으로도 김지은씨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 위인 비서실장이 위 상사에게 안 좋은 말 한소리는 들을 만한 경우라 생각되니까요.

그저 짧은 제 판단에는 안희정씨나 김지은씨나 둘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행동한 사람들로만 보이는 군요.


고은시인의 어느 술집에서의 행동을 뉴스에서 보고는 저 역시도 순간 분이 치밀어 올라 그랬습니다. '별 미친 X가 다 있네'라구요.

학교에서의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한 모 교수의 행동을 보고도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잠시 방송에서 했던 김지은씨의 증언과 뉴스만 가지고 주변 정황이나 그런 부분들을 세밀히 파악하지 못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아직까지 제가 뉴스를 통해서 보고 접한 것만 가지고 판단하기에는 이 사건은 좀 결이 다른듯 합니다.

요즘 사회분위기가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미투운동식 증언은 옳고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역적이 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미투운동은 적극 지지합니다만 그래도 아니라고 생각될때엔 아니라고 말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성숙한 민주주의가 될 듯 합니다.


물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되는 이야기라면 그만큼 조심스러워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엉뚱한 피해자나 잘못에 비해 과다한 책임이 생길수 있는 일이라면 그 또한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생각해 보고 판단해야 될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 안희정씨 사건보다도 용두사미가 되고만 지난 장자연씨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왜 그뒤로도 관련해서 처벌된 사람이 하나도 없는지에 대한 재조명이 더 우리가 해야 될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미투운동은 지속되어져야 하지만, 인민재판은 사라져야 합니다.


20180316 늦은밤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