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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 세팅기
길을 걷다 보면 앞머리에 동그란 세팅기를 달고 다니는 여성들을 종종 마주친다.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 나는 기억한다.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시절, 재판을 맡았던 한 여성 판사가 너무 바쁜 나머지 아침에 머리 세팅을 걷어낼 틈도 없이 그대로 출근했다. 그 모습이 사람들 눈에 박혔다. 물론 지금 거리의 저 모습이 정말 거기서 비롯된 것인지는 나도 단언할 수 없다. 다만 내 안에서는 그 둘이 자꾸 겹쳐 보인다.
그런데 정작 옮겨온 것은 그 삶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달려가던 그 고단함 같은 것은 어디에도 따라오지 않았다. 오직 세팅기 하나만 거리로 나왔다.
내 눈에 그 모습은 솔직히 예뻐 보이지 않는다. 멋스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귀엽거나 자연스러운 멋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그저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엉뚱한 곳에 잘못 옮겨 붙은 무엇처럼만 느껴진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눈, 내 마음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 모습 앞에 서면 나는 자꾸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형식은 언제나 내용의 뒤를 따른다.
세팅기를 달고 싶다면, 먼저 그것을 미처 뺄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아침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 뒤바뀐 순서 앞에서 내가 매번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패션도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