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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나리의 기억들


오래전부터 시작해 왔던 예정되지 않은 여행들.

그리고 20살때부터 해왔던 오랜 운전 경력으로 인해

나는 이따금 다른 이들이 생각치 못한 여행을 감행해 오곤 했었다.

이날도 태풍때문에 오히려 차가 막히지 않을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은 충동에

C급 태풍이 불거라는 믿지 못할 일기예보만을 믿고 갑작스레 남쪽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여행 내내 비바람이 몹시 불었었고,

해남,완도,고흥 등 남도여행길에서는

여행 내내 길가에 뿌리째 뽑힌 나무들과

거센 비바람속에서 하는 차속 여행이 되었었다.

 

그래도 빗속 운전 정도는 오랜 경험으로 인해 자신이 있었기에,

C급 태풍이라는 말만 믿고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편안히 여행 할 수 있었는데,

막상 여행을 다녀와 보니

C급 태풍이 A급 태풍으로 변해 있었고,

내가 있었던 그때에 그곳에서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고 있었다.

그곳에선 사상자도 많이 나 있었다.

도저히 알고서는 할수 없었던 여행이었던 것이다.

 

아뭏든 나는 이런 이유로 평생 보지 못할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던 그 시점의 완도 앞바다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느낄 수 있었고,

한반도에는 재앙이라 했었지만 나는 그런 재앙의 핵속에서 생전 처음 보는 또다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카메라를 마악 사고 나서 아직 메뉴얼도 제대로 챙겨보지 못한 상태에서...

오래전 카메라를 사용해 봤다는 막연한 자신감만 가지고 가서 찍었던 사진들인지라

평생 다시 못 볼 그 거대하고 멋진 장면들을 제대로 담아 낼수 없었던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일시를 표기해 보면 이해가 빠를 듯 하다.

태풍 나리가 한반도 남쪽 고흥반도에 상륙하던 시점이 2007년 9월 16일 오후 6시30분이라고 한다.

(이는 다녀온 후에 기상청의 발표로 알게 되었다.)

 

 

태풍이 상륙하기 전날인 2007년 9월 15일 해질무렵의 영산강..

(운전중 찍은거라 그나마 상태가 더더욱 좋지 못하다)





9월 15일 저녁. 광주에서 나주방면으로 가고 있었다.

해는 뉘엇뉘엇 저 산너머로 넘어가고 있었고,

하늘은 이미 구름이 낮게 깔려 요동치고 있었다.











나주를 지나 장흥 보성 방면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손을 뻗치면 닿을 듯하게 낮은 먹구름들이 몰려 왔다.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온세상이 암흑 천지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차에서 내렸다.

저 낮은 동네 야산까지 구름으로 뒤덮인 모습을 보라.











분명히 아직 해가 지기 전이었고,

구름이 없는 구석엔 아직도 조금이나마 남은 파란 하늘이 보인다.











이날은 이시간 이후로도 몇장의 사진을 더 찍었지만,부족하기만 한 사진 내공과 장비로 인해서 더이상 사진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날.

그러니까 여행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하루 종일 빗속을 헤매다가 오후 늦게야 땅끝마을로 방향을 잡고 완도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래 사진은 완도에 도착하고서 드디어 장엄한 풍경을 접하고 찍은 사진들이다.

바로 아래 사진을 찍은 시간이 오후 6시39분이었으니 바로 이때가 태풍이 고흥반도에 상륙하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나는 겁없이도 

태풍이 상륙하던 시점에

상륙하던 곳으로 친절하게 마중나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부족한 사진으로 도저히 그날의 풍경을 다 설명하긴 어렵겠지만,

그나마 백분의 일이라도 보여줄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


사진은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쳐서 도저히 차에서 내릴 수는 없는 상태였고,

사진을 찍을 준비를 갖춘 후에

찍는 순간만 창문을 열고 셔터만 누른 후에 다시 창문을 올리곤 했었다.

또한 한장을 찍고 나면 어김없이 차속으로 들어온 축축한 빗줄기를 딱아내고서야 다시 찍을 수 있었다.




















































































드디어 육지와 완도 사이를 잇는 완도대교다.

이제 서서히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있다.



낮게 깔린 구름 덕분에 일찍 해가 지고,

세상은 암흑천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태풍 나리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게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20070915 - 20070916 나주,완도

  • Favicon of https://somdali-photo.tistory.com 솜다리™ 아...2007년 여행이였군요..
    다소 위험한 여행이였지 싶어요~
    2014.04.18 08:53 신고
  • Favicon of https://smalltalk.pe.kr 어느오후 ㅎㅎ아무래도 좀 그렇긴 하지요.
    그래도 남들과 똑같은 때에만 가는 여행은 똑같은 것을 느끼고 돌아올수 밖에 없잖아요..^^
    2014.04.18 11:23 신고
  • Favicon of https://kirinsnap.tistory.com 기린스냅 예정되지 않은 다소 고행스런 여행들이 시간이 지나면 더 인상에 남는거 같아요.. 태풍이 몰려드는 남도의 풍경들이 생생하게 전해져 오네요. 잘 보았습니다. 2014.04.18 18:23 신고
  • Favicon of https://smalltalk.pe.kr 어느오후 감사합니다.. 2014.04.18 21:50 신고
  • Favicon of https://nuee.tistory.com 누에고치 사진이라 그런지 태풍인지 먹구름인지 분간은 안가지만..
    저번에 왔던 곤파스로도 저희 동네 창문이 여럿 깨졌지요.
    2014.04.18 19:55 신고
  • Favicon of https://smalltalk.pe.kr 어느오후 사진들을 유심히 보시면 일반 먹구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유심히 그걸 관찰하고 많이 찍어보신 분들이 아니면 구분해 내시기 쉽지 않으실 거여요.^^
    2014.04.18 22:00 신고
  • Favicon of https://kongdple.tistory.com 사부노 한편의 여행 에세이 처럼 보았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정말 위험한 여행 하셨네요..!
    그래도 귀한 사진들 얻으신듯합니다 ㅎㅎ
    2014.04.19 12:41 신고
  • Favicon of https://smalltalk.pe.kr 어느오후 정말 다시 경험하기 힘든 여행이었지요.
    사진은 당시에 생소한 기종을 가져가서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남아 있고,
    무엇보다도 가슴에는 그 생생한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지요.
    그리고 태풍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해보게끔 되었구요.
    2014.04.19 14:22 신고
  • Favicon of https://c1joon.tistory.com 쮸니 2007년 태풍을 검색해보니 태풍 나리군요.
    상당히 위험한 여행을 하고 오셨네요.
    위험속에 들어가지 않고는 볼수 없는 장엄하고 멋진 구름들의 향연이네요.
    2014.04.21 14:37 신고
  • Favicon of https://smalltalk.pe.kr 어느오후 네에 본문에도 태풍 나리라고 적어놨어요.ㅎㅎ
    멋도 모르고 한 여행이라 저렇게 할수 있었죠.알고는 도저히 못할..^^
    그래도 다시 못볼 구경은 너무 잘 한셈이지요.^^
    2014.04.21 15: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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