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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 이야기


오늘은 지난 휴일에 이화동에 갔었던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전날 너무 늦은 시간까지 과음을 한 탓인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그래도 잠깐동안이라도 찍어보겠다고 

늦게나마 낙산공원 벽화가 있는 곳을 찾았었습니다.


원래 혜화동쪽에 약속된 일정이 있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그쪽에 가긴 가야했었거든요.^^

인터넷에서 이미 가보신 분들의 상세한 지도를 프린트해서 도착하고 자세히 보니 

혜화동이 아닌 이화동쪽 방향이더군요.

산동네에 주로 많던 그 좁디좁은 계단하며, 길에서 쉬시는 노인분들..


역시 사람사는 냄새가 확 풍겨지는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초입부터 큰길 양쪽으로 나타나는 좁은 계단들.

드디어 저의 계단 오르기 운동은 시작됩니다..ㅋㅋㅋ




좁은 골목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침 마티스 승용차가 사람을 가득 싣고 언덕을 힘겹게 올라갑니다.^^





드디어 사진으로만 많이 봐왔던 그 이상한 구름다리가 제 눈앞에 나타납니다.

더구나 해가 마악 지기 직전이라 다리 아래는 참 어두웠고 그앞에 높이 보이던 집들엔 햇살이 마구 쏟아집니다.

저기가 천국일까요?^^






한쪽에 어느집에선가 버려놓은 쓰레기 봉투가 보입니다만 저렇게 많은 집들중에 어느집인지는 도저히 알길이 없습니다.ㅎㅎ




동네 어귀의 구멍가게 앞 정자는 어김없이 동네 할머님들의 사랑방입니다.^^





다리 위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동네 입구가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아마도 여기서 이렇게 내려다보면서 동네 꼬맹이녀석들이 꿈을 키우겠지요?^^






힘드실텐데 저 절벽같은덴 어떻게 가셨으며, 저기서 무얼하시는걸까요?^^

아마도 저기서 무언가 꽃나무를 가꾸고 계신듯 합니다.

할아버님의 희망이시겠죠?


어느동네를 가든 

부지런함으로 동네를 가꾸시는 분들은 동네 할아버님들이시더군요.

그렇게 세상을 살아야 제대로 살수 있다는 걸 몸으로 깨우치셔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저도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몸은 비록 더 무거워져도 동네 청소를 더 하고 동네를 더 가꾸게 될까요?



아주머니께서 어딘가 외출하셨다가 돌아오시나 봅니다.^^




그 구름다리에서 위를 쳐다보니 아이들이 있더군요.

"어어...안녕!!"

"너 몇살이야?"

"저 10살이요~~~~"


사진찍는게 취미인 제가 이런걸 놓치면 안되지요..ㅎㅎ

저는 얼른사진을 찍는데....

"저 찍지 마세요"

하는 아이들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 사진찍는거 싫어?"

"알았어. 그럼 안 찍을께~"

이렇게 아이들과의 첫대면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방금 마주쳤던 아주머님을 따라 좁은 골목을 들어갑니다.^^ 




그 골목은 실핏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골목은 갈수록 점점 더 좁아집니다.;;;

아무리 화창한 날씨라도 이 골목은 밝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사람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교차하려면 어깨가 부딪혀야 가능한 정도로 골목이 좁았으니까요;;;




그 골목안에는 이런 길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높이 계단을 올라와야 대문이 나타나는 곳도 있었습니다.

계단을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막다른 골목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군요.

저는 이 사진의 왼쪽 아래 부분에 자세히 보면 찾을 수 있는 작은 구멍같은 곳을 통해 이곳에 올라왔습니다.



마침 해가 저 산너머로 기울고 있습니다.

여기서 보는 일몰도 때론 황홀합니다.



골목 곳곳엔 쓰레기봉투와...

(쓰레기봉투 3개만 한꺼번에 놓으면 골목이 막힙니다.ㅠㅠ)



저 좁은 곳에서 쏟아지는 햇살들~~~




고만 감정을 추스리고 골목을 빠져나옵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까 보았던 그녀석들입니다.^_______^

"어어~~~"

"어어 아저씨~~~~~~!!"

서로 뜻밖이라는 듯 내뱉고는....다시 인사를 합니다..ㅎㅎ

"아까 봤던 아저씨네요.ㅎㅎㅎ"

"그래, 어디가니?^^"

"..........."

지들끼리 서로 옥신각신 대답을 하는데 무슨 소린지 통 못 알아듣습니다..ㅋㅋㅋ



"너희들 이동네 사는구나?"

"네에~"

"어디 사는데??"

"요오~기 살아요~"

"너희들 서로 다 친구야?"

"아니요."

"얘하고 저는 친구고, 얘는 동생이고...어쩌고 저쩌고...."


아이들의 복잡한 이야기는 셋이서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결국 아이들의 이야기는 하나는 친구고, 작은 아이는 동생인데,

형하고 동생이 서로 따로 떨어져 산답니다.

그래서 사는 곳은 각자 모두 다르다는 이야기였죠...

갑자기 또 묘오한 감정을 느낍니다.^^;;

사실 아이들은 죄가 없는데 말이죠...;;;


아뭏든 저도 그 골목을 나오고 있었고,

아이들도 나오고 있었으니, 

이젠 함께 좁은 골목을 걷습니다.^^



좀전에 보았던 할머님들이 계신 정자도 지나고....

아이들은 신나라 또 뛰어갑니다.

사실 어디 갈데도 없으면서 말이죠..ㅋㅋㅋ



다시 아까 처음 아이들을 보았던 다리위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아이들은 사실 할일이 없었던 겁니다.

내내 거기서 서성거렸었고, 거기가 아이들의 놀이터인 셈이었던 까닭입니다.^^


아이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제가 또 말을 걸어 봅니다.

"아저씨가 날이 더워서 목이 마른데 우리 같이 아이스크림 먹을까?"

내심 아이스크림으로 아이들을 꼬실 생각이었죠..ㅎㅎㅎ


"우리 엄마가 낯선 사람이 주는거 얻어 먹지 말랬는데요.!!"

"그래? 그럼 뭐 얘는 빼 놓고 우리끼리 먹지 뭐.."

저는 다른 애한테 말을 건네며, 은근슬쩍 약을 올려 봅니다.

그러나 그애도 선뜻 응하질 않습니다.ㅎㅎㅎㅎ

꼬시는데 일단 실패했습니다...ㅎㅎㅎ


"아저씨. 사진찍으러 왔어요?"

"응, 저기 낙산공원까지 갈꺼야.~"

"사진찍는거 싫어?"

"사진찍어줄까?"


이번엔 한녀석이 '저 찍어 주세요' 하며 폼을 잡습니다..

이녀석이 제일 활발한 녀석이네요.^^

그래도 낯선 부분은 이제 좀 나아졌나 봅니다.

전 무지 반갑습니다..ㅎㅎㅎ

정말이지, 장족의 발전입니다..^^*

(17mm로 바로 앞에서 찍는데 왜 고개는 렌즈를 향해 내미는지 

마치 어안렌즈처럼 안 그래도 조금 큰 편인 그 아이의 머리가 더 크게 나와버렸습니다.

결국 광각으로 머리를 접사한셈이 되어버렸네요..ㅎㅎㅎ)


한녀석이 그렇게 시작을 해 주니, 

옆에서 다른 아이들도 점점 친숙하게 제게 다가옵니다.^^

이번엔 얌전한 여자아이가 폼을 잡아 줍니다.

너무나 천사같은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아이들과 어울렸습니다.


근데 말이죠.

형은 참 활발한데 비해, 동생은 너무나 조용하고 소심합니다.

남자아이라면 조금 무모할 정도로 씩씩하고 활발한게 더 보기에 좋은데 말이죠.


그 아이가 아마도 엄마하고 사는 아이인 모양입니다.

엄마가 사진찍지 말랬다고 제게 말한것도 

목소리가 제일 작았던 것도

제일 소심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바로 그 아이였었거든요.;;;


아마도 일하시는 어머님이 몸과 마음이 지치시니 아이에게 때론 조금 엄하게 하셨던 듯 합니다.

한편으론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ㅠㅠ



갑자기 한 아이가 제게 물어봅니다.

"아저씨, 저어기 해바라기길 가보셨어요?"

"아니, 아저씨 이동네 처음인데...어딘데?"

"저어기 가면 되요~~"

"그래? 멀어?  가까우면 아저씨하고 같이 가자~"

"너희들이 아저씨 가는 길 좀 알려줘~~"


착한 아이들은 냅다 그쪽으로 뛰어갑니다.

왜 무작정 수시로 뛰는건지..ㅎㅎㅎㅎ

불과 1~2분가니깐 있더군요.

가자마자 아이들은 또 무작정 계단을 뛰어 오릅니다.

저렇게 뛰어서 계단 오르기를 하니 아이들 건강에는 참 도움이 될듯 합니다.^^*



제가 이 사진을 찍자, 여자 아이가 브이자를 그립니다..ㅎㅎㅎ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___________^ 





이번엔 갑자기 한참을 옆에서 쳐다보고 있던 남자 아이가 뛰어 올라갑니다.^^

여자아이는 뒤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때까지는 저 여자아이가 무얼하는지 전 잘 몰랐습니다.

그저 신이난 아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뛰고...ㅎㅎ



남자아이가 계단을 오르다 말고, 폼을 잡습니다.

"아저씨, 저도 찍어주세요~~~"

근데 이상한 폼을 잡습니다.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 아이가 무안하고 민망해서 저렇게 장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참으로 영혼이 맑고 깨끗한 아이들입니다.



몇계단 올라 또 폼을 잡습니다.ㅎㅎㅎ 





폼이 점점 자신있게 변합니다..^^*





이번엔 여자 아이가 제게 말합니다.

"아저씨!  저 비행기 날리는거 찍어주세요."

아마도 높은 곳에 올라가 보니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그걸 찍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어느새 그 여자아이의 손에는 종이비행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금 뒤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했던 여자 아이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그래, 찍어주고 말고~~~~"

"아저씨가 찍어줄테니 날려봐~~~"

그 소녀는 종이비행기에 꿈을 가득 실어서 힘껏 날립니다.~~

^____________^

^____________^

다들 환하게 함께 웃습니다.


그걸 보는데 왜 제 맘이 다 설레였는지.....^^*

사진속 종이비행기가 여러분께도 보이시나요?^^



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 주고...

우린 또 그렇게 소통을 했습니다.^^


이번엔 여자아이와 둘이서 아까 그 작은 녀석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얘 이럴때 빨리 찍으세요~~"

아마도 동생도 찍도록 해 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 자리에 서서 또 아이들과 이런저런 장난을 해 봅니다.

마침 벽에 낙서가 잔뜩 되어 있더군요.

"누가 이렇게 낙서 해 놨어?"

"너희들이 한거 아니지?"

"근데...정다은 코파는 놈이 머야?ㅎㅎㅎㅎ"

다같이 환하게 웃어 봅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참 행복한 저녁입니다.^^*



그 골목 어귀를 돌아보니 골목 슈퍼 앞에선 동네 아저씨들이 한참 수다에 빠지셨네요~

얼마전 올렸던 '수다'라는 제목의 사진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또 한장 얼른 찍어봅니다.^^



아이들이 또 알려줍니다.

"아저씨, 바로 저기 가면 비둘기 길도 있어요~"

"그래, 거기도 같이 가자.^^"

처음엔 같이 손잡고 골목을 나왔는데, 나오자 마자 또 냅다 뛰어갑니다.ㅎㅎㅎ"

바라보는 저는 또 흐뭇하고 행복해집니다.^^



이젠 누가 뭐랄것도 없이 사진 포즈를 취해 줍니다.

브이자를 그리는 소녀가 

보시는 분들도 너무나 사랑스럽지 않으신가요?^^




이번엔 남자 아이가 또 폼을 잡습니다.ㅎㅎㅎ

이녀석 씩씩한 기상과....분명히 뭔가 크게 될 녀석입니다..^^*





어느덧 해는 저산너머로 완전히 사라지고,

산등성이에는 노을만 붉게 세상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여기저기 뛰어다니고..ㅎㅎㅎ





작은 골목골목에도 어둠이 하나둘 스며듭니다.





아이들이 앞장서서 해바라기 길을 막 뛰어 올라가더니 

갑자기 어딘가에서 발걸음을 멈춰 섭니다.







자세히 보니 그앞엔 사진속에서 많이 보던 날개가 그려 있더군요.

그야말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포인트였던 것입니다.^^

여자 아이가 얼른 그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합니다.

이젠 서로간에 사진찍어 달라는 말도 필요없어진 게지요~~~ㅎㅎㅎ


정말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이제까지 여기서 찍은 사진들을 수없이 봐 왔지만,

이사진보다 좋은 사진을 

전 아직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남자 아이가 빠질수는 없습니다..ㅎㅎ

역시 익살스럽고 귀여움이 철철 넘치는 모습입니다.^^





그 골목에서 이어진 아래쪽 다른 골목에는 어떤 부부가 함께 무언가를 열심히 손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젠 집에 갈 시간이 다되어 가나 봅니다.

아까 이야기중에 제게 조금 있다가 어딜 가야 된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저는 아이들에게 사진이라도 전해주고 싶은 욕심에 물어봅니다.

"너희들 집에서 인터넷은 할 수 있니?"

"둘은 컴퓨터가 집에 없고, 한 아이든 있기는 한데 지금은 망가졌다고 합니다.;;

결국 셋다 없다는 말이네요..;;;


집에 컴퓨터가 없는데 

블로그며 이메일이며 하는 것은 당연히 꿈도 꾸지 못할 겁니다...;;;

결국 저는 포기합니다.ㅠㅠ


엄마가 7시반까지 오라고 하셨다니, 

그럼 저로썬 당연히 보내야만 할 시간입니다.ㅠㅠ

무언가를 주고 싶은데....

아무리 무얼 생각해도 선뜻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결국 아이들과 기약도 없는 작별인사를 합니다.

일일이 악수도 나누고...


그리곤 또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저쪽 골목 어귀에선 고양이 한마리가 물끄러니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네요~





이내 저도 발걸음을 돌립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이화동에서 꿈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오늘도 내일도 무럭무럭 커 갈 것이고,

저는 그런 그 아이들을 믿습니다.^^*








P.S.>>


올리다 보니 결국 거기서 찍은 사진은 거의 다 올린듯 하네요.

부족하기만 한 글/사진 솜씨에...

긴글과 사진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한참동안이나 들여다 보다가 결국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조만간 작은 선물을 가지고 다시 한번 거길 가 볼 생각입니다.


아무런 약속도 없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이화동의 꿈을 보고 

내 가슴속에 행복을 가득 담고 싶은 까닭입니다.^^


여러분들도 혹시라도 이 아이들을 만나시거든

많이 사랑해 주시고 예뻐해 주실거죠?^^* 



마지막으로....


위 사진들은 대부분 agfapan400 필름스타일로 흑백처리하였습니다.



부족한 사진,부족한 글솜씨에도 끝까지 봐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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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이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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