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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4시


아직 동이 트기 전인 새벽 4시 36분,

멀리 환히 불을 밝힌 오징어잡이 배가 눈에 들어온다.




:: 새벽바다에 뜬 초승달 ::

                        -   박상건 -


하늘도 포구도 

검푸른 침묵에 닻줄 매여 있다 


서귀포 문섬 섶섬 

꽃게처럼 엎드려 

등대 불빛에 눈 깜박이며 

달이 옷 벗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대, 달빛의 산책 본 적 있는가 

보름달이 허물 벗고 새벽길 떠나고 

그 길을 따라 초승달이 지구마을을 돌아가던 


눈썹만한 초승달이 떠나온 저 먼길 

태아를 감싸안은 듯 포근하고 

해맑은 아이 굴렁쇠 길처럼 아스라한 

그 길의 시작과 끝은 

심원(深原)에 찍어둔 보름달의 발자국이다 


알고 보면 초승달은 촛농처럼 

마지막 사라져가는 길이 아니라 

보름달이 허공에 비운 마음을 영혼의 빛깔로 우려내는 것이다 


지구 안팎 안부 다 묻고 공그리면서 

모천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결백의 길 하 맑고 깊어 

그 결정(結晶)의 살갗, 

고독한 달 그림자만 보였던 것이다



200805 추암해수욕장